나의 레이서즈클럽 회고록 (1)

091209

이제 블로그 한지도 좀 된거 같으니 나의 옛날 이야기나 잠깐 해보려고 한다. 사실, 내가 이 이야기를 쓰려고 한 것은 엔하위키에서 내가 예전에 자주 방문했던 커뮤니티에 대한 관련글을 우연한 기회에 발견했었기 때문이었다.

위에서 말했던 ‘자주 방문했던 커뮤니티’는 “레이서즈 클럽” 이라는 곳이다. 레이서즈 클럽은 니드 포 스피드 시리즈에서부터 시티레이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레이싱 게임을 다루며, 한때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레이싱 게임 관련 커뮤니티였지만, 그 사이 레이서즈 클럽을 뒤집어버릴만한 몇가지 기막힌 사건들 때문에, 종국에는 ‘코미디 프로그램 갤러리’ (코갤) 의 축소판, 혹은 초딩버젼 막장갤이 되고 말았다.

전략게임들과 함께 레이싱게임을 좋아했던 나는 레이서즈클럽의 초창기 (2002년)부터 2009년 4월 모든 해외IP를 차단하기 전까지 레이서즈 클럽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서 각종 정보를 얻어갔으며, 그리고 이 블로그를 개설한 이유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 동안 나는 레이서즈 클럽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봐왔던 적이 많았었다. 그 중에서 내가 기억이 나는 몇가지 이벤트를 추려서 적어보도록 하겠다.

초창기, 그리고 비극의 시작

2003년 내가 처음으로 레이서즈 클럽에 아이디를 등록한 뒤, 열심히 활동하는 동안, 레이서즈 클럽은 한국 최대의 레이싱 게임 커뮤니티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그때 당시 레이서즈 클럽에서 다루지 않는 레이싱 게임은 거의 없었고, 이로 인해서 사람들이 차츰차츰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던 때이다.

얼마나 전성기였냐면, 레이서즈 클럽에서 무려 EA에서 “니드 포 스피드 : 핫 퍼슈트 2″ 라는 게임의 감수를 부탁하기도 했고, 각종 게임잡지는 물론이며 심지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2004년이 지난 후,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레이서즈 클럽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미드타운 매드니스 2″ 라는 도시를 질주하는 레이싱 게임을 중심으로 한 꼬꼬마 친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병림픽을 벌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초창기에 그들은 미드타운 매드니스 2 라는 게임의 스크린샷을 찍거나 추가차량을 찾아다니는 등 별다른 문제를 벌이진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활동영역을 넓히며 미드타운 매드니스 2에서 나오는 건물이 자기 것이라며 서로서로 키보드 배틀을 벌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러한 꼬꼬마들의 병림픽을 보다못한 운영자는 건물소유 관련 발언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공지로 올렸고, 그제서야 싸움은 진정되었다. 이후 더이상 건물을 가지고 놀 수 없게 된 그들은 그때당시 누군가가 만들었던 버스 추가차량을 이용해서 그들끼리 멀티플레이를 즐기기 시작했고, 이내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그룹들끼리 뭉쳐서 “가상 버스회사” 라는 일종의 게임 클랜을 만들어 내었다. 그때당시 레이서즈 회원들은 이 조그마한 가상회사 그룹들이 레이서즈 클럽에 큰 비극을 만들어 내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가상회사 대란 (제 1차 버스대란)

레이서즈 클럽의 전성기 동안, 가상회사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가상회사의 규모도 점점 커지면서, 여느 온라인 게임 클랜 못지않게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상회사들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레이서즈 내에서 가상회사끼리의 충돌이나 버스 도색 관련 문제등 가상회사와 관련된 병림픽이 스트릿 란부터 레이서즈 클럽 채팅방까지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졌으며, 그리고 스크린샷과 자료실에는 가상회사들이 만든 버스와 스크린샷들이 도배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레이서즈클럽의 회원들이 이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 당시 레이서즈클럽에서 제일 큰 규모의 가상회사였던 TS는 미드타운 매드니스2 라는 게임을 넘어서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나 트레인 시뮬레이터에 손대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포털 홈페이지를 차리고, 네임드 유저들을 부추겨서 채팅방 분리운동을  일으키는 등 (레이서즈클럽 채팅방은 IRC기반이다) 각종 병크를 일으키기 시작했는데, 이 모든 행동들은 이후에 일어날 대란의 도화선이 되었다.

결국, 천마와 TS가 회원의견란 게시판에서 자신들의 가상회사를 음해한다는 이유로 대규모로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는 마침내 버스대란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이게 된다. 가상회사들과 TS의 만행을 참다못한 레이서즈 클럽 회원들이 결집하게 되었고, 스트릿란 게시판과 회원의견란 게시판에서 대규모로 반가상회사 운동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TS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만회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반 가상회사 운동의 규모가 커져버렸다.

결국 천마가 레이서즈 클럽에서 가상회사 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 이후, 많은 가상회사 그룹들이 천마를 따라 레이서즈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TS는 어떻게든 남아있어보려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자신들이 저지른 초대형 병크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TS가 철수한 2004년 중반 이후, 레이서즈 내에서 가상회사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많은 레이서즈 클럽의 회원들은 이에 즐거워하며 환호했다.

하지만, 나와 많은 사람들은 이 사태가 일어나는 동안, 레이서즈 클럽의 대세가 니드포 스피드 류의 일반적인 레이싱 게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구세대로 부터 미드타운 매드니스 2와 버스를 중심으로 하는 아마추어들과 버스매니아들을 중심으로 하는 신세대로 세대교체가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는 중임을 아무도 몰랐었다.

갤러리란 사건 (제2차 버스대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레이서즈 클럽도 천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2004년을 정점으로 구세대들의 활동이 꾸준히 줄어들기 시작했고, 반대로 신세대들의 활동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의 스크린샷 갤러리란에 올라오는 그림들과 다른 장르를 다루는 게시판의 게시물 숫자만 봐도 그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가상회사 사태 이후 가상회사가 철수한 공백을 일반적인 레이싱게임 스크린샷이 아닌, 미드타운 매드니스 2를 기반으로 한 가상 운행일지와 버스 실차사진들이 차곡차곡 메꾸기 시작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적인 레이싱게임의 스크린샷은 자꾸자꾸 줄어들었고, 그만큼 스트릿란 이외의 메뉴 (니드포 스피드, 랠리, 온로드 등등) 에서의 활동자들은 자꾸자꾸 줄어들고 있었다. 때마침 불어온 레이싱게임 장르의 고갈은 이 상황을 더더욱 가속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러던 와중, 1차 버스대란때처럼 한 회원이 스크린샷에 버스사진들만 올라온다며 불만이 가득한 글을 회원의견란 게시판에 올렸고, 이는 신세대가 점점 레이서즈 클럽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구세대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마침내 레이서즈 클럽에는 스크린샷 갤러리를 계기로 신/구세대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사태는 시작되자마자 정상적인 토론 수준을 넘어서 병림픽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대놓고 “버스매니아들은 레이서즈 클럽에서 꺼져라” 라고 발언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편에서도 이에 응수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생기는 등 난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병림픽은 금방 진정되었는데, 사태가 돌아가는걸 제대로 파악한 운영진이 병림픽을 일으킬만한 게시물을 골라서 광역삭제 스킬을 시전하고, 곧바로 이 사태를 진정시킬만한 대응책을 내놓았기 따문이었다.

이후 레이서즈 클럽의 운영진들은 ‘클럽’ 이라는 메뉴를 신설, 가상일지나 버스 스크린샷을 올리는 이들을 클럽에서 활동하도록 유도했고, “스크린샷 갤러리란에서는 가상일지 등을 올릴 수 없다” 라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구세대가 원했던 많은 내용들이 적용되면서 그때까지도 건실했었던 구세대의 힘을 보여줬지만, 그들의 숫자는 자꾸 줄어들고 있었고, 약화되어가고 있었으며, 이제 조만간 세대교체가 될거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다음 시간에 계속)



“나의 레이서즈클럽 회고록 (1)”에 대한 8개의 응답

  1. 1 shishio0509

    글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도 안티 버스죠
    왜 버스에 그렇게 미쳐있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버스기사가 꿈이라 그런가요?
    저도 해외에 살어서 피해자 입니다…
    해외 ip를 차단한 이유가 뭘까요?
    해외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죄가 있어서…

  2. 2 BongoCha

    1. 헝만이처럼 프록시로 가입했다 차단당하는 경우가 늘어나자, 레이서즈 클럽 측에서 질려서 해외IP를 차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2. 외국 IP 차단전에 한동안 해외IP를 이용한 광고가 폭증한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레이서즈 운영문제까지 겹쳐지면서 부담을 줄여보고자 IP를 차단한 것 같네요.

    제 생각에는 버스라는 물건은 자아정체성에 불안을 가진 어린 레이서즈 친구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버스라는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다니는 사이트나 커뮤니티에 표현하고자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겠지요.

    물론 저렇게 하다가 잘 되어서 버스매니아가 되서 디씨 버갤같은 곳으로 가거나 관련직종으로도 갈 수 있지만, 대부분은 중2병스럽게 버스를 좋아했다는 사실에 쪽팔려하거나, 아예 버스를 혐오하는 이들도 많지요.

  3. 3 shishio0509

    혹시 한국에 사시나요? 제가 해외 거주자라 레이서즈에서 검색할게 있는데 차단이 되어서 많은 불편을 격고 있습니다

    • 4 BongoCha

      저도 외국사용자라서 들어갈 수 없네요.
      한국 프록시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들어갈 수 있다지만, 요즘 레이서즈 클럽 상태를 봤을때 그런 고생까지 하면서 들어갈만한 사이트인진 잘 모르겠습니다.

  4. 5 shishio0509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국프록시를 가르쳐 주실수 없겠습니까? 정말 들어가고 싶어서 그러는데요… 부탁드립니다.

    • 6 서해대교

      그럴정도로 갈만한 사이트는 아닌데..;;;

      제가 보기론 요새 한국프록시는 많이 사라진걸로 알고있어요..

      예전엔 간혹 몇개씩 있었는데…

  5. 7 박수범

    내맘음메참


  1. 1 KOREA BLOG ARCHIVE » 티스도리의 레이서즈클럽 회고록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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